기사단장 죽이기, 무라카미 하루키
줄거리(이때는 상편만 읽고 썼어요)
일인칭 시점으로 주인공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주인공의 직업은 초상화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화가이다.
하지만 초상화를 그리고 싶어서 그리는 게 아니라 그냥 자신의 초상화가 세간에 인정받고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고 그 직업을 선택한 것이다.
스토리 진행은 아내 유즈와의 6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아내가 이혼을 요구한다.
이유는 단순히 꿈 때문이라지만 후에 알고 보니 남자가 생겼단다.
그냥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한다. 집은 아내에게 양보하고 홀로 여행을 시작한다.
약 두 달간의 길고 긴 여행끝에 이제는 정착이 필요하단 걸 느끼고 사려 깊은 대학 친구의 도움으로 깊은 산속에 있는 자신의 아버지가 살았던 빈 집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집에 들어서게 된다. 친구의 아버지는 일본에서 아주 유명한 일본화 화가다. 하지만 치매 때문에 아들의 존재조차 기억 못 하고 요양병원에 가 있다.
주인공은 다시는 초상화를 그리지 않기로 다짐했건만 멘시키라는 이름의 남자에게 아주 말도 안 되는 엄청난 금액의 제의를 받고 마음이 흔들렸다.
생활비도 거의 떨어져가는 마당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그리기로 다짐하고 멘시키의 제의를 승낙한다.
멘시키는 주인공의 집 테라스에서 육안으로 보이는 골짜기 너머의 대저택에서 생활한다. 이 남자는 주인공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만 그 뒤에 감춰진 자신의 목적이 있기에 초상화를 그리는 주인공만이 할 수 있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인공을 돕고 도움받으며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소설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밤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어떤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산중이라 한 밤 중에는 벌레들의 소리가 장대하게 울려 퍼지는 게 정상이지만 그 날 새벽에는 단 한 마리의 벌레도 울지 않는 고요 속에 누군가 방울을 흔드는 소리만 유난히 멀리서 희미하게나마 들려왔는데 그게 주인공의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어디서 들려오는지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이라곤 주인공 밖에 없는데 누군가 무슨 목적으로 흔드는 건지 방울소리가 덜컥 무섭게 느껴졌지만 주인공은 두려움을 무릅쓰고 원인을 찾아 나서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여태껏 겪지 못한 것들을 겪게 된다.
너무 많은 내용을 쓰는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스토리의 전반적인 일들을 상편에서 다뤘다.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고 어떤 한 맥락에 대한 비유가 이것만큼 적절한 비유가 없을 정도로 하루키의 문장력 또한 탄탄하여 감탄했다. 이것이 하루키 소설의 가장 큰 장점 같다.
독후감
책을 읽다 보니 주인공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아서 下 편은 주인공의 이름을 염두에 두고 읽었는데 끝끝내 알아내지 못하였다.
그리고 아쉬운 것은 구덩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아니 없었다.
구덩이의 기원, 어떻게 생겼고 누가 만들었고 왜 만들어졌는지 도모히코는 마지막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를 통해 얻은 것이 없기 때문에 부족한 정보로 구덩이와 지하세계의 연관성을 납득이 되는 이유로 유추할 수 없었다.
수수께끼로 남겨진 것들이 많다.
각자의 의미들은 독자 개인만의 은유와 상상에 맡기는 것일까?
그러기엔 정보가 턱 없이 모자라다.
외전 식으로 멘시키 편을 따로 짧게나마 만들어 주었음 싶은 개인적인 바람이다.
혼자 따로 유추하건대 멘시키는 마리에가 그 붙박이장에 숨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작가는 계속해서 강조했다.
그 철두철미하고 섬세한 사람이 집 안의 사소한 변화를 눈치 못 챘을 리가 없다.
그는 직감이 뛰어나다고 작가는 말했다.
그리고 생각의 깊이가 일반적이지 않다.
붙박이장 문 앞에 선 그는 짧은 시간 동안 수 십, 수 백번은 망설였을 것이다.
마리에가 숨어있다. 그는 그 딸을 바라보기 위해 그 큰 저택을 샀다.
그리고 매일 밤 고성능 망원경의 광학 렌즈를 통해 마리에의 집을 들여다보았다.
정말 보고 싶은 자신의 딸 마리에가 있는 옷장 앞에서 멘시키는 고민 했다.
하지만 그 문을 여는 순간 어떻게 될지 멘시키는 잘 알고 있다.
하루키는 정말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아니 모든 소설 작가들이 그렇겠지만 풉킼
책에서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었지만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따로 해석된 책이 있다면 꼭 한번 보고 싶다.
회중전등, 구덩이, 횡혈, 동굴, 이중 메타포, 그 외 메타포들
그리고 책의 여러 가지를 이루는 여러 가지의 상실된 상징적 의미들이 무척 궁금하다.
작가와 일대일로 만난다면 묻고 싶은 질문들이 탑을 이룬다.
그리고 책에서 결정된 여러 운명들이 만약 엇갈려서 다른 결말을 갖게 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비밀들을 가벼운 입을 통해 마구 터트리는 거다.
마리에에겐 멘시키가 사실은 너네 아빠야!라고 말해버리고 도모히코가 그린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표해 버리는 것이다.
허락도 없이!
그럼 과연 이데아는 어디까지 발을 들이고 여러 명의 누군가의 인생에 얼마만큼 관여할 것인가!
그러고 보니 이데아가 주인공과 마리에를 선택하고 그들의 눈 앞에만 나타나 그들 삶에 관여한 이유도 궁금하다.
그리고 주인공과 마리에는 소설이 끝나는 무렵까지도 멘시키에게서 경계를 풀지 않았다.
반면 멘시키는 자신의 비밀도 터놓고 끊임없이 도와주었다. 물론 그 중간에 자신의 목적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다....라고 그때의 내가 귀찮아서 독후감을 정리했구나
독후감을 워드로 옮겨 적으면서 다시 생각이 나고 재밌어지는데 진짜 맥락 없이 끊었구나 호준이 너...
아무튼 재밌는 책은 자꾸만 손이 가고 또 이렇게 할 말과 의문들이 끊임없이 생긴다.
얏빠리.. 이래서 하루키 하루키 하는구나.; 참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소설가
"탁월한 아이디어란 어둠 속에서 근거 없이 나타나는 사념인 경우가 많죠." -p.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