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여뭐준
2019. 9. 1. 22:57
처음 막 읽기 시작했을 때는 정말 읽기 힘들었다.
글이 머릿속에 날아와도 그 안에서 쉽게 그려지지 않아서
제대로 이해하려 구절 하나하나 여러번 살펴보았고,
많이 더디지만 느리더라도 천천히 끝까지 다 읽었다.
워낙에 좋은 문장들이 많아서 독서 노트에 일일이 옮겨 적느라 손이 다 아팠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문장과 문장 사이에 빠져들어
어느새 처음 읽기 힘들었던 것을 금새 잊고 한장 한장 넘기게 되었다.
그러다
느리게 읽었던 시간만큼 날 기다리던 마지막 반전에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
뻥 안치고 마지막 부분에선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우선 일반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주인공이 세상 못생긴 추녀라서
추녀로 살며 여기저기서 받아온 온갖 무시들과
그걸 그저 당연스럽게 여기며 바닥을 치는 그녀의 자존감
그걸 안쓰러운 시선이 아닌 사랑으로 덮는 주인공
그러고보니 요한의 이름만 나오고 주인공인 남자와 여자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주인공의 이름들은 내가 살며 스쳐 지난 누군가의 이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의 마지막 무렵에 있는 작가의 말까지 숨죽이며 주의 깊게 보았고
6년 동안 쓰셨다는데 척 보아도 얼마나 깊은 정성과 애정을 쏟았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조용하고 잔잔하지만 그 잔잔함 속에서도 은근히 고조되는 책의 분위기가 일품
잘 봤다.
반응형